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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많은 생도와 글방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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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0
출처 이야기나라

어느 글방 선생님이 생도 몇 명을 데리고 있었다. 하루는 선생님이 대추 한 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며 주근주근 먹고 있었다. 생도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쳐다보고만 있을 수밖에. 요즈음 같으면 좀 달라고 한다는지 했겠지만 옛날에야 감히 어느 안전(眼前)이라고 감히 입질을 하겠는가?
노인 선생님 왈(曰),

"이것은 아이들이 먹으면 죽는 것이란다"

하고서는 벽장에다 넣어 두고 가끔씩 혼자서만 꺼내 잡숫는다.
하루는 선생님이 멀리 가셔서 늦게 돌아오실 예정이었다. 생도 중 수완 좋은 놈 하나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대추 꺼내 먹자."

"야, 아서라. 먹고 죽으려고 그래?"

"이것들아, 대추 먹고 죽은 사람 봤니? 우리 선생님이 거짓말 하신 거야."

"그래도 겁나는데..."

"아무 소리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이렇게 해서 이 놈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를 떠받치게 해서 벽장에 기어 올라가, 대추를 보따리 째로 내려 놓고 여럿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먹어 보니 죽지는 않는데, 그래도 선생님 돌아 오시면 걱정 들을 생각을 하니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걱정들 하질 말라고..."

앞장 섰던 그 놈이 다시 수를 썼다. 툇마루 밑에 있던 요강을 가져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박살을 내어 놓고는 아이들에게 한 줄로 방에 드러눕게 했다. 죽은 듯이 말이다.

"죽은 것 같이 눈을 꼭 감고 있어야 해."

단단히 일러 두고는 이 놈도 같이 누웠다.

석양(夕陽) 쯤 돼서 선생님이 돌아 오셨다. 글방 문 앞에 당도하니, 평상시 같으면 요란 왁자지껄할 텐데도 이놈들이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 요강이 디딤돌 위에 깨어져 있어, '그러면 그렇지' 하고 헛기침을 하시며 글방 문을 열어 보니 이놈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잠자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네 이놈들!"

하고 호통을 치니 다들 벌떡 일어났다.

"어, 우리가 죽은 줄 알았는데, 안 죽었네요."

선생님은 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사실을 캔다.

"이놈들, 어찌 된 게냐?"

꼬마 두목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사실은 저희가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의 요강을 깼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오신 후 매맞을 생각을 하니 차라리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놈아, 그래, 눈 감고 드러누워 있으면 죽을 줄 알았더냐?"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일전에 '아이들이 먹으면 죽는다'고 한 것 있지요? 그걸 하나씩 먹으면 죽겠거니 하고 하나씩 나누어 먹었는데 안 죽지 뭡니까? 그래서 양이 모자라서 그런가 해서 다 털어 먹고 이렇게 누워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깨우셨군요."

선생은 아연실색(啞沿失色), 요강 잃고 대추 잃고, 거기다가 꼬마들 앞에 망신하고... 꿩 잃고 알 잃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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