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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번 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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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0
출처 이야기나라

어떤 사람이 만주(滿洲)에 가서 10년간 알뜰살뜰 엄청난 돈을 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는 고향(故鄕)엘 가야지'

하고 전답소유(田畓所有) 다 팔아 정리하니 엄청난 재벌(財閥)이 되었다.

1920년 경 당시에는 만주에 갔다 하면 토지(土地)를 거저 줍다시피 했으므로 10년쯤 되었으니 거부(巨富)가 됐음직도 하다.
그쯤 됐으면 고향에 가서 거들먹거리고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누구에게든 들법한 일이다.

내일이면 떠난다. 지화(紙貨) 뭉치를 벽장이나 장롱에 넣어 두는 것은 위험하다. 동 냄새를 맡고 강도(强盜)라도 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뭉치를 짚단 속에 넣고는 마당 아무 데나 던져 놓았다. 집안 식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강도가 올 경우 집안 식구 중 누군가 하나라도 겁에 질려 발설(發說)해버릴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부자(富者)는 가슴이 부풀어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새벽녘에나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자 날이 쌀쌀해 방이 몹시 추웠다. 부인이 살그머니 나가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고 불사르개를 찾는데 마침 마땅한 게 없어 이리저리 찾다가 마당 한 구석에서 짚단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놈을 가져다가 불을 붙여 아궁이 깊숙이 넣고는 들어와 잠을 잔다.

전날 밤에 늦게 잠들은 데다가 방은 따끈따끈, 주인은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날이 훤히 새서, 밖에 나가보니 짚단이 안 보인다. 잠이 덜 깨서 그런가 하여 눈을 씻고 다시 찾아보았지만 역시 안 보인다.

'도둑맞았구나'

싶어 땅을 치고 통곡할 밖에...

"아이고 짚단... 아이고 내 보물 짚단..."

부인이 생각해 보니

'새벽에 불사르개 했던 그 짚단 말이구나'

하여 급히 부엌에 가 보았으나 짚단도 장작도 흔적이 없다.

떼돈 모아놓고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
'십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阿彌陀佛)'이라고 했던가!
요즈음 세상에도 짚단 같은 데다가 재물을 쌓는 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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