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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한 똥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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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0
출처 이야기나라

지금부터 80여 년 전 1920년대 이야기다.

경북(慶北) 영일(迎日) 땅에 정평목(鄭平木, 假名)이란 사람이 살았다. 고향(故鄕)에서 할 일이 마땅치 않아, 일본으로 건너가서, 오물운반역(汚物運搬役, 똥장사)으로 돈을 번다.

손수레에다가 들통을 싣고 손 종(鐘)을 흔들며 거리거리 골목골목을 누빈다. 일본인들에게 멸시천대(蔑視賤待)를 다 받으며 그 짓을 하니, 뜻있는 동족(同族)들도 창피스럽게 여기는 터였다.

"오이, 고찌고이!"(オイ ゴチゴイ, 야, 이리 와!),

"아찌노께!"(アチノケ, 저리 치워!)

등등 대접이 말이 아니었다.
일인(日人)들이 입을 떼자마자 이 친구는

"하이, 하이!"

하면서 굽실굽실할밖에...
이렇듯이 악의악식(惡衣惡食)으로 살아가기 10년, 돈을 꽤 많이 벌었다.

그래서 영일 땅에 논(沓) 수백 마지기(한 마지기는 200坪)를 샀다. 매년 300석 이상의 소출(所出)이 되었다. 이제는 그 천직(賤職)을 벗어버리고 툴툴 털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연락선(聯絡船)을 타고 부산(釜山)에 내리니, 멋지게 차려 입은 신사숙녀 30여 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인사를 하고 손을 붙잡고 하며 환영(歡迎)이 보통이 아니다.

평소 똥장사 정씨를 알던 한 사람이 마침 같은 연락선을 타고 왔는데, 이 황홀(恍惚)한 모습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렇게 멸시하던 이 친구가 이렇듯 대단한 위인일 줄이야... 알고 보니 환영 인파(人波)는 정씨의 논 소작자(小作者)들이었다. 당시에는 지주(地主)가 왕이었으니까...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랬던가. 겉멋만 들어 3D(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 Difficult, Dangerous, and Dirty Work) 기피(忌避) 현상이 만연한 요즈음 세상에, 우리가 다시 한 번 새겨봄직한 실화(實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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